[3월 서평] 서울도서관 사서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2026-03-03조회 65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는
한 장의 오래된 사진에서 출발해
거대한 역사적 맥락을 추적해 나가는
흥미로운 역사 교양서입니다.
1919년 3월 25일 촬영된 시흥공립보통학교 제7회 졸업사진 속에는
제복을 입고 칼을 찬 교사들과 두루마기 차림의 학생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교차된 일장기 아래 놓인 이 장면은
무단통치 시기 식민지 조선의 공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단순한 사진 수집가를 넘어
탐정처럼 자료를 교차 확인하며 사진 속 인물과 그 시대의 의미를 복원해 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교사들의 제복과 칼에 담긴 권위의 상징성을 분석하는 대목입니다.
조선총독부의 복제 규정과 염상섭의 <만세전> 속 묘사까지 끌어와
교실에서 실제로 교사들이 칼을 찼는지 추적합니다.
이어서 1920년 제8회 졸업사진과 비교하며
3·1운동 이후 제복과 칼이 사라진 변화를 살펴봅니다.
같은 인물임에도 복장 하나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장면은
권력의 외형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사라진 한 명의 졸업생’에 대한 질문에서 드러납니다.
졸업생은 기록상 20명이지만 사진에는 19명만 남아 있습니다.
저자는 당시 시흥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의 동맹휴업과 만세시위 기록을 찾아내며
그 빈자리에 3·1운동의 흔적이 겹쳐질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작은 사진 한 장이 거대한 역사와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는 역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자료 속에서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책 속에 소개된 다른 유물들도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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