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서평] 사서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2026-10-05조회 133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
사서 조윤희
공지희의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는 재개발이 한창인 용호동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여섯 편의 이야기로 담아낸 동화집이다. 벤치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아저씨, 카페를 바라보는 할머니, 손수 만든 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할아버지, 골목 벽에 그림을 그리는 청년 등 작품 속 인물들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행동에는 각자의 삶과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점은 특별한 사건보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간다는 것이다. 아이와 어른, 오래된 가게와 새로 생긴 가게, 과거의 동네와 변화하는 동네가 서로 부딪히면서도 완전히 단절되지 않는다. 특히 재개발로 익숙했던 공간이 사라지는 모습은 동네가 단순히 건물과 골목으로 이루어진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살아온 시간과 기억이 쌓인 공간임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이 동화집이 재개발이나 도시의 변화를 한쪽 시선에서 비판하는 데 머물지는 않는다. 변화 속에서도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간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 주면서, 변화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관계를 이어 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공지희 작가는 인물들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과 일상의 대화를 통해 인물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래서 독자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기보다 한 번 더 바라보고 이해하게 된다. 김선진의 그림 역시 재개발을 앞둔 용호동의 풍경과 인물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 글의 분위기를 잘 뒷받침한다.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는 거창한 영웅이나 특별한 사건보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서로의 삶을 완전히 알 수는 없어도 조금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빠르게 변하는 동네의 풍경 속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는 무엇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해 보고 싶은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은 동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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